김문은 렌즈를 통해 도시를 기록해 왔다. 그는 도시를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이 되었다가 그 도시 안을 파고 들어가 주체의 시선이 되곤 한다. 그렇게 담아낸 것이 황학동이다. 낮에는 오만 가지를 사고 파는 활기 넘치는 생(生)의 장터, 황학동. 그러나 그가 주목한 것은 시끌벅적한 시장 풍경이 아니라 고단한 하루를 마친 노점상인들이 한 밤중에 집으로 돌아가면서 꽁꽁 싸매 놓은 보따리였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새벽을 지샌‘보따리’들은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또 다른 생(生)을 시작한다. 각양각색인 보따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상인들의 자화상이나 다를 바 없는 묵중한 존재감이 밀려온다. 언젠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풍경에 대한 애잔한 기록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시도한 개념적인 접근은 삶에 대한 성실하고도 희망찬 의지를 느끼게 해준다. 황학동이 지닌 역사성과 장소성의 맥락으로서, 그는 카메라 렌즈가 동시대의 삶을 재현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Kim moon has chronicled urban scenes through his lens. He looks at city scenes through the gaze of others, and then enters the city with a subjective gaze, like he did in Hwanghak-dong. Hwangkak-dong is a lively market area selling a variety of things. However, what he noted is not noisy market scenes, but the bundles street vendors tied up and left there after finishing a day s work. The bundles that spent a night in the dark began another life the next day. We may feel the presence of merchants in these bundles, or their self-portrait. Although his records are heartrending, and might soon disappear, his conceptual approach lets viewers feel his sincerity. He makes sure the camera lens represents contemporary life in the context of historicity and placeness that Hwanghak-dong bears.

신한갤러리 큐레이터 김남은(전시 ‘Beyond the lens’)

  김문의 ‘황학동 프로젝트’는 ‘황학동사’, ‘황학지층’, ‘황학동 보따리’ 이렇게 총 3개의 작업으로 구성되는데 각각의 작업들은 어떤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어떤 경우에는 하나로 어우러져 읽혀진다.
 ‘황학동사’는 작가의 지역 아카이빙을 근거로 황학동의 시대별 주요 키워드를 황학동에 있는 상점 간판의 글자로 구성한다. 1950년대의 판자집, 1960년대의 판자집 철거와 삼일 아파트의 건설, 1970년대의 청계고가도로의 건축은 2000년대에 들어 다시금 철거되고 롯데캐슬과 청계천 복원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건설’과 ‘철거’의 순환적인 과정을 작가는 ‘황학지층’ 작업에서 이미지를 통해 연장선으로 보여준다.
 황학지층’은 청계천 복원 사업이 끝나고, 청계천 주변지역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는 2007년의 모습과 2년이 지난 후, 동일지역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2007년 사진 속 15구역의 낮은 상가 건물은 기술의 발달과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최소면적 대비 최대활용’을 창출하는 고층 상가 건물로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제시하는 ‘황학동’은 바로 황학동 상인들의 ‘보따리(리어카)’이다. 흔히들 떠올리는 시장의 이미지는 상점이 열리는 오전이나 한낮이겠지만, 작가는 오히려 하루장사를 마치고 상인들이 돌아간 뒤-남겨진 그들의 ‘보따리’에 렌즈를 멈추었다. 질끈 싸맨 끈에서 느껴지는 상인들의 ‘수고와 땀, 희망, 의지, 욕망’과 함께, 강제철거로 ‘떠나야만’ 하는 슬픈 상인들의 애환을 ‘44개의 보따리’로 표현하고 있다.

임은영 THE PHOTO 객원기자(잡지 ‘THE PHOTO 2012년 봄호’)